2015-05-27 수요일

서강대역에 내렸다.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 지리라고는 1도 모르는 사람이 서강대 다니는 사촌을 찾아 상경한 기분이었다.
어슬렁 어슬렁 걸었다. 마른 꽃다발과 더치를 사갔다. 도서관에서는, 양귀비 과자를 핥아 먹던, 그 동기가 무엇이든, 다정함과 동정의 모든 외양을 갖춘 따뜻한 혀와 다정스런 콧잔등의 고양이 때문에. 털은 뽑히고, 옴에 걸렸으며, 오렌지잼같은 색깔의, 갈갈이 찢긴 귀를 가진 고양이 때문에 오래오래 울었다. 시원하게 울었다. 서강대학교 정문은 대학교 같아서 좋았다. 단정한 문. 단정한 길. 언덕 너머 보이는 유플렉스 건물을 보고 대강 지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쯤이구나. 불맛이 나는 덮밥을 먹고, 아테네 라는 이름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우리는, 조용한 목소리로 세상 사람들 험담을 시작했다. 마지막엔 목공방 이야기를 했다. 취미로 삼기에 말린 꽃 만들기는 조금 시시하다며. 역시 톱질이 멋있죠. 침대도 네 칸씩 쌓아두고. 아테네 주인에게도 못된 외삼촌이 있을거라는 얘기를 하며 카페를 나왔다. 밤 아홉시 십오분이 조금 넘은 시각에. 윤진씨는 열펌한 이야기를 해줬고, 나는 학교 친구들을 만났을 때 *여좋*에 간 이야기를 들려줬다. 반가운 만남이었다. 우리는 매서운 바람이 불고 흐린 날들이 이어지던 겨울에 헤어졌다. 여름의 초입에 다시 만나서 기뻤다. 기다리던 만남이었나보다.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밤에는 그 남자를 또 잠깐 보고싶었다.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다. 집 앞인데 코피가 났다고 했다. 어제는 혼자 운동을 갔는데 무서워 죽을 뻔 했다고 했다.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별 일 있냐고 묻자 별 일은 몇 년 째 있죠 라고 대답했다. 다음엔 혼자 운동하지 말고 꼭 나를 부르라고 했다. 2분 남짓 통화를 마치고, 세수 하기 전에 문자를 남겼다.

농으로 한 말인지 진짠지 모르겠지만 몇 년 째 별 일 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려요. 아이고 아프지 마세요 잠 푹 자구요. 😦 내일 맛있는거 꼭 챙겨드세요. 땅이 파였다 고이는 날이 올거에요. 잘자요.

그리고 이제 나도 자야지. 세수 하고 자야지. 아지랑이가 끝없이 피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summer haze. 나는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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