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4 목요일

늦잠을 잤다. 꿈을 꿨다.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으로 가는 꿈. 표를 샀고 여권을 챙기고 동준이에게 스터디를 못간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그 와중에 인강을 듣기 위한 책을 챙기고 공항에 갔다. 미깡네 집과의 거리를 재고. 열흘이 주어졌다. 일어나보니 오후 세시 오십분 이었다. 자꾸 나를 찍는 카메라가 잊혀지지 않는다. 딱지 위에 새로운 딱지가 한 겹 더 덮였다. 맛이 없는 할리스 커피를 마셨고 양재천에 갔다. 아스파라거스를 주는 돼지고기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양재천까지 걸었다. 잠깐 걷고 아저씨네 집에 가서 나는 책장을 구경했다. 나는 문학이다 책이 있었다. 구여친 어머님이 주셨다고 한다. 부엌은 말끔 했다. 1500짜리 자몽 주스를 마셨다. 턱 턱 치고 들어오는 듯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럽다. 짜증나죠? 라고 묻는 것이 짜증난다 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읽지 않는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법? 을 들었다. 읽지 않고 들었다. 너른 잔디밭이 보고싶어 벤치에 앉았다. 나른한 바람이 감싸는 공기. 메디힐 팩을 세 장 사고 모디네일 두 개 샀다. 1+1 행사였는데 짙은 회색과 옆에 여자애가 산 파랑 반짝이로 골랐다. 당신이 사준 신이 낡아 버려야 한다. 어제 밤에는 2011년도의 기록들을 보았다. 덕분에 컸구나. 어르고 달래줘서 들어줘서 나를 돌봐줘서. 덕분에 컸다. 트위터에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뽀르뚜까 아저씨가 환상일 뿐일라는 황현산 선생의 말이 돌았다. 나도 그 소설을 좋아했었다. 그렇게 착한 어른은 없다니. 당신은 나의 착한 어른이었다. 나를 키워준 나의 너른 나무. 싸구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새삼스레 아름다워 감탄한 밤이었다. 나의 이별이 아름답지 못했음이 부끄러워 탄식이 나오는 늦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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