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0 수요일

기록을 남긴다. 새벽 네시에 깨버렸다. 여섯시까지 다시 잠들려고 몸을 비틀고 쥐어짜다 결국 여섯시쯤 포기. 씻고 밥 먹었다. 출첵 시간보다 이십분 빨리 도착했고 76번 자리를 배정 받은 후 맥도날드에서 커피 샀다. 일주일만에 필사를 했다. 어머니의 가짜 모자점이 가짜 양장점으로 확장되는 부분을. 점심에 카스테라, 홍차, 바나나를 먹고 커뮤니티 12화 봤다. 저녁엔 법도에서 학식을 먹었다. 붐비지 않는 시간에 먹고 싶어서 오후 4:44분에 갔다. 식판 하나에 음식이 와르르 담기지 않고 반찬들이 별개의 그릇에 제공됐다. 군것질이 하고싶어 중도의 편의점까지 가서 후룻볼과 웨하스 사 먹었다. 아마 호르몬이 날뛰는 시기인듯. 저녁을 먹으며 터뮤니티 13화 봤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12화에서 피어스호스론이 종교관을 밝히는 부분과 그가 브리타에게 “꺼져 니체” 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크리스마스 트로이 장식 하는 부분이 웃겼다. 저녁 6시 반쯤엔 너무 졸려서 비틀거리며 서서 공부해보고, 바깥 벤치에 앉아 공부를 해봐도 소용이 없어서 빈 강의실에  들어가 팔을 베고 엎드렸다. 잠에 빠져들면서 내가 침 흘리며 자는 모습도 예쁘다고 사진 찍어주던 당신 생각이 어렴풋이 났다. 트위터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 이야기가 돌았다. 7시가 되자 대학원 수업이 시작되는지 갑자기 강사가 들어와 교탁에 서서 인사했다. 나는 빵 훔치던 장발장처럼 황급히 달아났다. 우스꽝스럽고 창피했지만 오늘은 창피해 할 기력조차 없었다. 화장실에서 양치 하는 중에 대학원생들이 논문 심사를 주제로 대화하는 걸 엿들었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는 그들이 겉보기에 나보다 어리게 느껴져 문득 내가 훌쩍 나이를 먹은 것 같았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든 건지 모든 일이 의미없다. 하루치 일기를 남기는 일도, 트위터에 쉴 새 없이 배설하는 일도 결국엔 쓰레기가 될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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