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8 목요일

 한 주가 또 지나간다. 어제는 시작해서, 끝냈다. 무엇을? 세무회계 법인세 인강을. 가산세와 차가감 소득, 미환류 법인세, 세액공제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끝낸 적이 없는 부분이라 그냥 했다. 퇴첵 때는 다들 무척 지쳐보였다. 금요일까지 시험이 꽉 차 있다는 용희도 영혼이 다 털린 듯 했다. 

나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제가 베란다에 똥을 쌌고, 나는 하제의 죄를 대신 씻어내기 위해 엄마와 커피를 마시고 함께 장을 보는 노역을 했다. 사이시옷에 갔는데 평일 오후에 늘 자리를 지키던 여자 대신 김의성 배우를 연상시키는 아저씨가 있었다. 라떼 두 잔 시켰는데 그렇게 맛 없는 커피는 오랜만이라 좀 놀랐고, 잔 위에 뭉게뭉게 올라온 거품에 새겨진, 주의를 기울여 열린 마음으로 보면 하트인게 분명한, 그것 덕분에 조금 웃었다. 엄마랑 인터넷에서 수동 그라인더와 가정용 더치 기계…라고 부르기에도 멋쩍은 무엇을 샀다. 아마 오늘 밤에 집에 가면 정체를 알 수 있겠지. 

밤 늦게 집에 도착했다. 버스에서는 폴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을 찍는 일을 하는 오기 렌. 그가 인용한 셰익스피어 한 구절이 근사해서 몇 번 되감아 들었다.  잠 들기 전에 무슨 책을 좀 볼까 하다, 지난 번에 사놓고 묵혀둔 <갈레 씨, 홀로 죽다> 를 집었다.아침에 늦잠을 잘 계획을 세웠고, 출첵 멤버들에게 결석 찬스를 쓸 것임을 목요일이 되기 15분 전 고지했다. 잠들기 전 읽기로 한 책은 한 줄 한 줄 밑줄 긋고 싶을만큼 탄탄하고 아름다운 글이어서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주먹을 입에 넣고 우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조르주 심농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 3 안에 넣겠다 다짐했다. 

모모씨에게 그 책을 보여주면서 나의 다짐을 들려주니, 그럼 좋아하는 작가 1,2는 누구냐고 물어서 순간 나는 말을 잃었다. 알려주기 싫기도 했고, 누군지 생각 해 본적도 없었다. 오랜만에 브라보콘 파스타치오맛 먹었다. 딱 하나 남은 거 내가 찜했다. 굿모닝 마트 수산물 코너 아저씨가 바뀌었다. 그곳에 다른 아저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잠깐동안 예전 아저씨가 한 손님과 지나치게 시시덕 거리다, 그 손님과 도망가버리거나, 혹은 굿모닝마트에서 해고 통보 받는 장면을 상상했다. 하늘에는 회색 구름들이 짙게 깔렸고, 분명히 눈에 보일만큼 커다란 빗방울 몇 개가 다리에 떨어지기도 했지만, 비가 후두둑 쏟아지지 않았다. 구름은 저렇게 생겼으면서 어떻게 가짜가 아닐 수 있을까에 대해 한탄했다. 도서관에 와서 커피 샀다. 법학관 6층 로비의 커피는 이런식의 부대시설로 존재하는 카페에서 파는 것으로는 아주 괜찮은 편이다. 우리 학교 커피도 꼭 이렇게 마실 만 한 것이면 좋겠다. 29일에 고시반 시험을 친다. 28일에 토익을 친다. 토익을 다시 쳐야 하는 사실은 굴욕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내가 싼 똥이니 내가 치우는게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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