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5 목요일

나는 수집한다. 나는 기록한다. 멀어져 가는 기차의 소음에 자신의 슬픔과 수치와 무기력함이 같이 묻어가길 바랬던 로맹 가리는 ‘쓰고 있었다’. 나는 그저 읽고, 옮겨 적고, 다시 읽고, 공책을 쓰다듬는 일에 만족한다. 어제는 한강에 갔었다. 우스꽝스러운 파라솔 밑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이한 선생의 글을 프린트하여, 날짜와 제목들을 옮겨 적고, 분류하는 데에 거의 한 시간 반을 썼다. 도서관에 가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말을 옮기고 곱씹어 보는 일에 시간을 보냈다. 

온전히 나의 시간이라고는 말 하기 어려운 무엇에 시간을 쓰고 불안해 하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인 날들이 지나간다.

지난 밤 열두시가 되기 몇 분 전에 아저씨는 내게 ‘너 너무 하는게 많다’ 라는 말을 했고, 나는 쓰게 웃었다. 왠지 사과를 하고싶은 마음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자겠다고 했다. 자겠다고 하곤 열두시 사십 분 까지 <언더그라운드> 읽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 밤이었다. 부가세 서브노트를 읽을까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휴대폰과 아이패드에서 트위터 앱을 지웠다. 한때는 기록들이 나를 살렸지만, 요즘은 제 불안을 이기지 못해 끊임 없이 무언가를 배설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아니 사실 뚜렷이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웠다. 

워드프레스 앱은 지우지 못했다. 배설하는 행위에서 조금 더 능동적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기록들을 남기는 일로 넘어가고 싶어서,연습하고 싶어서 그냥 두었다. 화요일에 병원을 간다. 데스크 선생님과 전화로 예약을 잡는 일에도 마음이 쓰인다. 다시 내가 부끄러워져 눈이 시리지만, 나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하므로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간다. 

막내가 페르세폴리스를 재밌게 읽어줬고, 동기들과 을왕리로 엠티 떠난 둘째가 꼭두 새벽에 A+가 다섯개 찍힌 성적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줬다. 엄마는 커피를 내려줬고, 아빠는 버스 파업으로 길이 막히니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내주셨다. 하제는 내 옆에 꼭 붙어서 눈을 감고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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