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8

0818공팔십팔. 전혀 우습지 않다고 생각했던 십팔 시팔 시발 농담의 날이다. 구름이 크고 아름다운 날들이 지나간다.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이 오면 제법 찬 바람이 분다. 이제 곧 니트와 운동화를 꺼낼 날이 머지 않다. 며칠 잘 지내다 며칠 또 허비한다. 잘 지내는 날이 더 적다. 잘 지내는 사람이 되고싶은데 이런 저런 핑계가 많다. 끝이 보이는 초록의 잔디밭을 봐도 좋은 커피를 먹고 요거트와 과일을 먹어도 절망이라 부르긴 멋쩍은 그늘이 옆을 지킨다. 막내동생의 블랙베리 9900을 염창역에서 사왔다. 예쁜 쓰레기. 예뻐서 내가 쓰고 싶다. 천장이 높지만 가난 냄새가 나는 학생식당에서 밥 먹었다. 나 가난해. 가난한 시절에는 가난이 더 민감하게 느껴진다. 주관적으로 매우 가난하고 객관적으로도 곧 가난해질 예정이다. 아버지는 평생을 일했고 안정적인 회사의 부장인데 왜 우리는 가난할까. 아버지는 현금이 없다. 늘 허덕이고 나는 그 무게를 미세하지만 확실한 아버지 목소리에서 느낀다. 엎드려 잠을 자고 카버 전기 읽었다. 두 아이와 한 부부의 일주일치 식비 7불. 그저 그런 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듣고 과제로 글을 쓰고 25불짜리 통신 교육 코스에 등록해 우편으로 과제물을 붙이는 20대 남자. 두 아이 아버지였다. 그의 가족들이 6년동안 부랑자와 다름 없이 떠돌았던 이야기와, 다시는 아버지(C.R.카버)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카버의 말이 있었다. 나도 쓰고싶다. 조금 쓰고싶다. 치열하지도 성실하지도 명민하지도 못하면서 쓰고 싶다. 말하는 치기가 우습다. 평일에 한강 수영장에 들렀다 이쾌대 전시 보고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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